또래 피해자를 두달여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에게 최고 징역 20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피고인들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송각엽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군(19)에게 징역 20년을, B군(19)에게는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했던 C군(18)과 D군(18)에게는 소년법상 상한 형량인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A·C군은 살인·공갈·공갈미수 혐의로, B·D군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6월 9일 오전 1시쯤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E군(18)을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 등은 직업학교에서 만난 E군을 반강제로 붙잡아두고 아르바이트비를 빼앗거나 매일 같이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군을 살해하기 전 두달여간 E군을 수시로 폭행하며 협박하고 물에 처박아 고문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폭행 사실은 인정했으나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고, 살인의 고의성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5월 말부터 E군의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고 아프다고 호소한 점, 사건 당일에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하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살인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검 결과도 강한 외력에 의한 출혈과 횡문근융해증으로 급성신부전이 발생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나와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함께 살던 피해자를 1~2개월 동안 지속해서 폭행하고 월급을 갈취했다. 폭행 구실을 만들려고 일명 ‘패드립 놀이’를 시키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노래를 만드는 등 인간성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불과 18세의 어린 나이인 피해자를 참혹하게 살해했다. 범행 직후에도 피해자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은폐를 시도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상당 기간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