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송병기 업무수첩에 ‘송철호 불리’ 등 기록… 靑 선거 지휘”

입력 2019-12-20 14:02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수사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청와대 측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권력의 핵심부가 선거를 총괄 지휘했다”며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짓밟은 테러”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과 그의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 부위원장)는 20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고 권력 핵심부가 사실상 선거대책본부가 돼 비서실과 경찰,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환경부를 비롯한 행정부처를 총동원했다”며 “최종 책임자를 가려내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전 시장은 지난 15일부터 이틀 연속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 전 시장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 내용을 A4용지 4~5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김 전 시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본 송 부시장 업무수첩 내용을 토대로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에 유리하도록 도운 부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뤄진 경찰 수사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특히 본인이 추진해오던 산재모(母)병원 건립에 대해 청와대와 송 시장측이 논의한 정황도 있었다고 했다. 산재모병원 공약은 ‘좌초시키는 게 좋다’며 내부 전략을 세운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산재모병원은 지방선거 직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에 실패했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송 시장의 당내 경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전 시장은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게 되면 ‘송철호가 불리하다’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송 시장이 매우 늦게 입당한 점 등에 비춰 내부 경선이 이뤄진다면 권리당원 확보에 불리한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송 부시장이 문모 청와대 전 행정관에게 전달한 첩보 문건이 청와대를 거쳐 가공된 정황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석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점을 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된 전방위적인 개입은 양이나 질이나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시장은 여당 등에서 이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본질을 흐트리려는 술책”이라며 “이 사건은 권력농단”이라고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