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2인자 올라선 비건, 북미협상 무게감 실리나

입력 2019-12-20 11:35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 최고 참모인 스티븐 비건(56)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부장관에 오른다. 지난 2018년 8월 대북특별대표로 국무부에 합류한 지 1년 4개월여만에 2인자 자리로 초고속 승진한 셈이다. 그간 북한 비핵화 협상 실무를 총괄해온 그가 부장관으로 영전함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에 무게감이 실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상원은 19일(현지시간) 본회의 표결을 통해 비건 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90표, 반대 3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이다. 당파를 초월한 지지를 얻은 것이다. 민주당 의원 세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비건은 대북특별대표로 활동하며 솔직한 비공개 브리핑 등을 통해 초당적 신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은 부장관에 취임하더라도 대북협상을 직접 챙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미측 카운터파트였던 비건의 영전으로 북미 실무협상의 체급이 한층 높아지면서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건은 지난달 20일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카운터파트로 지목하며 협상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북측 카운터파트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다. 다만 부장관으로서 비건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대북 협상을 현 수준으로 세세히 챙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열의를 보여온 비건은 지난 15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19~20일에는 중국을 방문했다. 자의적으로 북미대화 시한을 연말로 제시했던 북한이 시한 만료를 앞두고도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위협 수위를 올리자 협상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당사국들을 차례로 방문한 것이다.

비건은 19일 베이징에서 중국 측 상대인 뤄자오후이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자정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문을 통해 “미중 양측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 추세를 계속 유지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이 관련국들의 공통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 사회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것으로 여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국은 미국과 북한이 가능한 한 빨리 대화와 접촉을 재개해 서로 마주 보며 적극적으로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갈등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비건이 방중 기간 중 북한과 접촉할 것인지에 대해 “발표할 추가적 방문이나 만남이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