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원서 보고 “맘에 든다” 연락한 감독관 무죄, 왜?

입력 2019-12-20 10:10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된 23일, 한 수험생이 응시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 뉴시스

수험생 응시원서에 적힌 개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든다’며 사적으로 연락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능 감독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서 이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A씨에게 20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31)는 지난 2018년 11월15일 열린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에 수험생 B씨의 성명,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응시원서를 보고 “마음에 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안 판사는 A씨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수능 감독관은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해 이를 이용한 사정만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 취급자에 대한 금지행위를 개인정보 누설 및 제공하는 행위, 훼손·변경·위조 또는 유출 행위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해당하는 이용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된 ‘개인정보 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하는데, 안 판사는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처리자는 교육부 또는 지방교육청으로 봐야 한다”면서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된 A씨는 수험생의 동일성 확인 등 수능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목적 외 용도로 개인정보를 사용한 것은 맞으나, 수능 감독관의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를 훼손하거나 위조 등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적 연락을 위해 이용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판사는 “죄형법정주 원칙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처벌규정을 A씨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