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시 총선 전략으로 고려하고 있는 비례한국당 창당을 비판했다.
설 최고위원은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괴물을 만들어 내놓겠다는데 국민이 받아들이겠나”라며 “한국당은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오는 것 아니라 어떻게 꼼수를 써서 자리를 유지해볼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처구니 없고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설 최고위원은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당이 그런 짓까지 하면 국민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거냐라는 반응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설 최고위원은 비례한국당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설 최고위원은 비례한국당 등장 시 ‘4+1’ 협의체의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비례한국당을 창당하는 장난을 치겠다면 ‘4+1’ 협의체가 방어할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창으로 방패를 뚫겠다면 더 튼튼한 방패를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한국당처럼 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설 최고위원은 “국민 앞에서 사기 치는 행위기 때문에 한국당처럼 위성 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위성 정당 만들까 봐 걱정돼서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반면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비례한국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선거 제도가 아주 나쁜 환경이 된다면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도 당내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비례한국당 창당 논의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김 의원은 “당명이 준비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을 빌린 이런 위헌적인 선거 제도를 채택하면 어차피 대체 정당이 여럿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의원총회에서 나왔다. 이 얘기가 외부로 와전된 것 같다”며 “당명 후보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까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4+1’ 협의체를 겨냥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갖춰서 선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국민의 정치적 표심을 숫자에 담아내기 위해서 ‘편법을 쓰겠다, 또 다른 방식도 있다’라고 얘기까지 해야 하는 우리가 참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만일 민주당과 좌파연합 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공식 석상에서 비례한국당 구상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었다. ‘4+1’ 협의체를 압박하면서 비례한국당 창당에 따른 손익을 진지하게 계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