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비례한국당? 괴물 내놓는데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입력 2019-12-20 09:43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원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어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폭행 당한 사건을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시 총선 전략으로 고려하고 있는 비례한국당 창당을 비판했다.

설 최고위원은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괴물을 만들어 내놓겠다는데 국민이 받아들이겠나”라며 “한국당은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오는 것 아니라 어떻게 꼼수를 써서 자리를 유지해볼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처구니 없고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설 최고위원은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당이 그런 짓까지 하면 국민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거냐라는 반응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설 최고위원은 비례한국당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설 최고위원은 비례한국당 등장 시 ‘4+1’ 협의체의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비례한국당을 창당하는 장난을 치겠다면 ‘4+1’ 협의체가 방어할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창으로 방패를 뚫겠다면 더 튼튼한 방패를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한국당처럼 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설 최고위원은 “국민 앞에서 사기 치는 행위기 때문에 한국당처럼 위성 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위성 정당 만들까 봐 걱정돼서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반면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비례한국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선거 제도가 아주 나쁜 환경이 된다면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도 당내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비례한국당 창당 논의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김 의원은 “당명이 준비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을 빌린 이런 위헌적인 선거 제도를 채택하면 어차피 대체 정당이 여럿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의원총회에서 나왔다. 이 얘기가 외부로 와전된 것 같다”며 “당명 후보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까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4+1’ 협의체를 겨냥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갖춰서 선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국민의 정치적 표심을 숫자에 담아내기 위해서 ‘편법을 쓰겠다, 또 다른 방식도 있다’라고 얘기까지 해야 하는 우리가 참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만일 민주당과 좌파연합 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공식 석상에서 비례한국당 구상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었다. ‘4+1’ 협의체를 압박하면서 비례한국당 창당에 따른 손익을 진지하게 계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