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재수사관 조문한 윤씨 “고마운 경찰인데… 바로 왔다”

입력 2019-12-20 08:56 수정 2019-12-20 09:02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재수사하던 수사본부 소속 경찰이 숨진 채 발견되자 8차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신청한 윤모(52)씨가 장례식을 찾아 조문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 소속 A경위(44)는 19일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지인이 운영하던 모텔에서 오전 9시21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는 이날 출근을 미룬 채 오후 5시경 장례식장을 찾았다. A경위는 윤씨가 조사 받는 과정에서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경찰 중 한 명이다.

윤씨는 소식을 듣고 곧장 장례식장을 찾았다. 빈소가 준비되지않아 1시간 정도 기다렸다 조문했다. 윤씨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왔다”며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A경위와 다른 경찰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10월 26일 경찰에 출석해 재조사를 받으며 “30년 전 당시에는 경찰에 의한 강압과 고문이 있었지만 지금 경찰은 성실히 잘해준다”며 “지금 경찰은 좋다고 본다”고 말했었다. 지난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는 직접 쓴 편지를 읽으며 “A경위에게 감사하다”며 “희망을 주고 꼭 일을 해결하겠다고 말해줬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씨의 재심을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도 같은 날 저녁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는 조문 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사건 수사본부 경찰들은 몇 달 동안 밤낮없이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했다. 이춘재의 범행을 밝히는 등 큰 공을 세웠다”며 “8차 사건 등 잘못된 수사가 알려지면서 공적보다는 잘못이 많이 부각됐고 비난도 커져갔다. 공론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더 살피고 배려했어야 했는데 정의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