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혁명 체험하세요” 에어비앤비 여행상품에 비난 세례

입력 2019-12-19 17:59 수정 2019-12-19 18:02
칠레 반정부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칠레 시위를 체험하는 여행 상품을 내놨다가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철회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적 투쟁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칠레 혁명 체험’이라는 이름의 두 시간짜리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10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 일대를 돌아보는 상품으로 가격은 1회 투어에 인당 26달러(약 3만원)로 책정됐다. 상품에는 현지 가이드의 간략한 칠레 역사 설명과 생수 한 병, 최루탄이나 고무탄을 피할 고글이 포함됐다. 상품 기획자는 현지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세바스티안 니에토(30)로, 그는 “칠레를 찾은 외국인 친구들이 시위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시위도 하나의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상품이 소개되지마자 칠레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시민들의 투쟁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돈벌이로 악용한다는 지적이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회적 투쟁은 사업이 될 수 없다”며 “우리의 권리와 싸움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매일 시위 현장에 나갔다는 마리오 한스(33)는 “이번 시위는 평등을 추구하고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이라며 “시위의 첫번째 목표는 그것을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돈벌이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불감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격렬한 시위 현장을 구경하는 일이 안전상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칠레에서는 사회 불평등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26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 초기보다 규모는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이탈리아 광장 등에서 매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국도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뭇매에 여행 상품은 철회됐다. 에어비앤비는 칠레 매체 비오비오칠레에 보낸 성명에서 “고객과 호스트의 안전은 에어비앤비의 최우선 사항”이라며 “이 여행 상품이 에어비앤비의 규정과 사회 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는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