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공판준비기일 조서를 사실과 다르게 적고 주요 발언을 누락한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공소장 변경 불허에 대한 검찰 측의 반박을 ‘별다른 의견 없음’으로 기록한 것 등인데, 검찰이 문제를 제기하자 재판부도 인정했다.
이 재판부는 또 법원 실무관을 통해 검사실 실무관에게 “대법원 판례를 바탕, 기소 이후 증거자료의 증거능력에 관한 주장을 정리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교수를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 18일 ‘공판준비기일 조서 이의제기’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에 제출했다. 정 교수 표창장 위조 사건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이 불허된 지난 10일 공판준비기일의 조서가 당시 상황과 다르게 적혔다는 이의제기였다. 이 조서는 재판장 송 부장판사와 법원주사보가 서명한 공문서로, 증거능력을 갖는다.
이 조서에는 “소송 관계인은 ‘별다른 의견 없음’이라 진술”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하지만 당시 검사 측은 공소장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첨예한 공방 속에 재판부가 퇴정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의견 없음’으로 기록된 것이다.
재판부 측의 여러 주요 발언이 누락된 것도 검찰이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가 됐다. 대표적으로 누락된 대목은 정 교수 딸 조모씨의 공주대 허위 인턴활동 부분과 관련한 재판부 발언이었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재판부는 대학(공주대) 자체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는 지난 10일 공판준비기일 이후에도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재판부에서 근무하는 실무관이 검사실 실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법원 판례, 검사 측 주장을 정리해 달라고 전한 것이다. 기소 이후 증거자료들의 증거능력이 제한된 판례들을 찾으라는 입장 전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는 준비명령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한다. 주문 내용 자체가 재판부의 선입견을 드러낸다는 반발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판조서는 절차적 보장을 통해 ‘배타적 증명력’을 갖는다”며 “제대로 기재되지 않으면 재판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실무관이 검사실 실무관에게 주장 정리를 요구한 일에 대해서는 많은 법조인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선 지난 10일에 이어 19일에도 서로 고성까지 주고받는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 교수 사건에 대한 공소장 변경 불허 이후 양측의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지는 상황이다.
한 검사는 “검찰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고, 변호사에게는 의견서를 실물 화상기에 띄워 직접 어느 부분이냐고 묻는다”며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있다”고 편파성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검사까지 이례적으로 참석해 재판 절차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다.
송 부장판사는 검사 측에 “검사 이름이 뭐냐” “자리에 앉으라”는 등의 말을 했다. 이런 상황이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송 부장판사는 다만 조서에 대한 지적을 받자 “이의제기 부분이 기재되지 않은 건 사실이니 수정하겠다”고 했다. 재판에선 수시로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가 이를 끊는 상황이 반복됐다.
구자창 구승은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