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경쟁자 이름 옆 ‘동서발전’ ‘은행연합회장’…자리 배분 있었나

입력 2019-12-19 17:48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19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지검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의 경선 경쟁자들 이름과 각종 공공기관, 금융단체가 병기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송 시장 당선을 목적으로 한 ‘나눠먹기’식 합의 정황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송 시장 측과 청와대 간의 교감이 시작된 2017년 10월에 기재된 점을 주목,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쟁자들 이름 옆에 거론된 자리들은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많았던 한국동서발전과 은행연합회 등이다. 수첩에 이름이 오른 이들은 일제히 청와대 측의 제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확보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2017년 10월 13일 부분에서 이러한 정황을 포착했다.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과 심규명 변호사,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모씨 4명의 이름과 함께 공공기관과 금융단체의 명칭이 괄호 병기 형태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심 변호사 이름 옆에는 ‘동서발전’, 박씨 이름 옆에는 ‘은행연합회장’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변호사와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울산시장에 도전했지만 송 시장이 단수후보로 확정된 뒤 예비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업무수첩을 근거로 송 시장 당선을 위한 자리 배분이 실제로 시도됐는지, 청와대의 구체적 제안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2017년 10월 13일은 송 시장, 송 부시장이 청와대 측 인사를 처음으로 접촉한 다음 날임을 주목하고 있다.

수첩에 적힌 동서발전과 은행연합회 등은 수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문제가 자주 제기되던 곳들이다. 검찰은 이 같은 직책이 결국 그간의 정치활동에서의 지분이나 이력 등을 고려한 ‘논공행상’ 성격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임 전 최고위원에게는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이날 울산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심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서발전 이외에 울산항만공사 이야기도 있었지만, 울산 지역 언론인들 틈에서 나온 이야기였다”며 “‘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은 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청와대의 제안은 없었다. 만일 청와대가 ‘당신 이쪽으로 갈래요’ 하면 고민할 게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임 전 최고위원의 경우 그런 이야기들이 있긴 있었다”며 임 전 최고위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이 제안된 이야기는 들어봤다고 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청와대의 제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여러 언론과 인터뷰했다. 하지만 심야에 입장문을 내고 “친구들과의 사적인 자리에서 그런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부인했다. 그는 19일 검찰 조사에 앞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자리를 제안한 적은 없고, 불출마 조건으로 오갔던 얘기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임 전 최고위원 이외에도 울산경찰청 경찰관들을 조사하기 위해 울산지검에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 대상인 경찰관들 일부는 병가를 낸 상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