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6)이 국산 인공지능(AI)과 2국에서 무릎을 꿇었다.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와 대국 때처럼 호선(맞바둑)으로 방식을 바꾼 승부는 다시 ‘인류’의 열세로 돌아섰다.
이세돌은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NHN 바둑 AI 한돌과 가진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에서 122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AI의 우세를 인정해 2점을 먼저 깔고 한돌에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 전날 1번기에서는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1승씩 주고받은 승부는 이제 오는 21일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리는 마지막 3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3국은 1국과 마찬가지로 이세돌이 2점을 깔고 한돌을 상대한다.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 5번기(1승 4패)를 포함한 AI 상대 전적에서 2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돌은 지난 1월 박정환·신진서·신민준·이동훈·김지석 9단과 같은 국내 바둑 톱랭커와 호선으로 대국해 모두 승리한 AI의 신흥 강자다.
이세돌은 이날 대국 중반 초입 좌상귀 접전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이게 치명상으로 돌아왔다. 이세돌은 좌상귀에서 입은 작은 손해를 하변에서 만회하려 했지만, 한돌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불과 40수가량을 둔 시점에서 한돌의 승률은 90%로 치솟았다.
이세돌은 좌변과 우하귀로 뻗은 백돌을 갈라치거나 우변을 포위했지만, 한돌은 번번이 살아났다. 이세돌은 불리한 형세에서 패배를 직감한 듯 비교적 이른 시점에 돌을 던졌다. 1국에서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고 자멸했던 한돌도 호선에서는 인류를 상대로 강세를 이어가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