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절차도 대선 9개월 전에 마무리될 수 있어 영향 제한적
트럼프, 상원서 탄핵 부결되면 대대적 역공 확실시
민주당, 트럼프 부도덕성 널리 알린 것은 성과
결국 부동층 민심 잡는 쪽이 탄핵 정국과 대선의 승자 될 것
내년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을 10개월 반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의 하원 통과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탄핵 충격파가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미국 정치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어 하원 탄핵안이 가결돼도 기존 지지자들의 입장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원의 탄핵안 통과로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탄핵 뉴스가 당분간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하원 탄핵안 통과의 전체적인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P는 그 이유로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꼽았다.
WP와 ABC방송이 지난 10∼15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은 49%로 조사됐다. 반면 ‘탄핵 반대’는 46%였다. 지난 10월 말 실시됐던 같은 조사에서 ‘탄핵 찬성’ 49%와 ‘탄핵 반대’ 47%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특히 WP와 ABC방송의 12월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85%는 ‘탄생 찬성’을 지지했고, 공화당 지지자의 86%는 ‘탄핵 반대’를 외쳤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로 확연히 쪼개져 있어 탄핵 충격파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키는 부동층이 쥐고 있다. 12월 조사에서 부동층도 ‘탄핵 찬성’ 비율이 47%, ‘탄핵 반대’가 46%로 갈라져 있다. 결국, 민주당과 트럼프 진영 중 부동층의 마음을 얻는 쪽이 탄핵 정국과 대선에서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심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상원의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는 것도 변수다. 양당 모두 상원의 탄핵 절차를 내년 1월 초 시작해 1월 말에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탄핵 여파로 내년 2월 초부터 시작되는 대선 후보 경선이 묻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도 하루라도 빨리 탄핵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상원 탄핵 절차를 빨리 종료하자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또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메가톤급 증거가 터져 나오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대선을 9개월 정도 앞둔 1월 말쯤에 상황이 종료된다면 탄핵이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트럼프 진영은 탄핵 정국에서 서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탄핵에는 실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도덕성과 불법성을 널리 알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1900년 이후 탄핵 위협에 빠졌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대통령 모두 재선 신분이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어느 대통령도 탄핵 절차 이후 재선 도전에 나선 적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은 만약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대대적인 역공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탄핵 부결을 ‘무죄’로 치환하면서 민주당의 탄핵 시도를 정권을 빼앗긴 음모로 몰아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당 입장에선 탄핵에 집중하느라 의료보험·총기 규제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실정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 점이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