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병상수 10년 새 2배로… 감사원 “건보 재정에 부담”

입력 2019-12-19 14:01 수정 2019-12-19 14:01

지난 10년 사이 전국 요양병원의 병상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노인 1만명당 병상 수는 3.7개로 2008년 1.5개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요양병원에 지급한 급여비용도 1조1000억원(2008년)에서 5조7000억원(지난해)으로 다섯 배 넘께 뛰며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관련 시책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요양병원 운영 및 급여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 수는 지난 2008년 690개에서 지난해 1445개로, 병상 수는 7만6000개에서 27만2000개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각각 109.4%, 257.9%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7.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감사원은 “요양병원 수 및 병상수 증가율이 노인 인구 수 증가율보다 현저히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65세 이상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 수는 한국이 36.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9.5개)과 미국(1.2개) 등과 비교해도 크게 높았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병상 공급이 급격히 증하가는데도 관련 시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법’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요양병원 병상 공급·배치를 위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2004년과 2007년 병상수급 시책을 수립한 후 2008년부터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병상수급계획을 통합하기로 했지만, 관련 시책을 마련·전달하지 않았다. 병상수급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셈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요양병원 신·증설 신청을 받을 경우 이를 관리할 기준 등이 없어 그대로 허가하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요양병원 내 경증환자(입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입원하는 환자) 비율과 입원 기간도 10년 사이 크게 증가하며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경증환자 비율은 25.3%에서 51.2%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평균 입원 기간도 125일에서 174일로 늘어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이유로 2008~2018년 전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등 급여비용에서 요양병원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 넘게 증가했고, 연평균 급여비용 증가율도 17.6%로 다른 의료기관(연평균 7.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복지부장관에게 병상수급 기본대책을 마련하는 등 요양병상 수급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고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