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미디언 제이 레노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개고기 농담’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NBC 방송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녹화 현장에서 레노는 초대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그는 방송에서 제작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의 반려견 그림을 보며 “한식당 메뉴에 있는 음식과 닮았다”고 농담을 했다. 당시 레노의 발언은 편집되면서 실제 방송되지는 않았다.
레노와 함께 심사위원을 맡은 배우 개브리엘 유니언이 녹화 현장에서 레노의 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유니언은 레노의 발언을 방송국 인사부서에 보고하라고 제작진에 요구했지만 녹화 세트에 있던 간부 1명에게 전달됐을 뿐 인사부서에 보고가 되지는 않았다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그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아시아계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정의 증진’(AAJC)의 지니 김 부회장은 “유머는 연결, 개방, 긴장 이완 의도로 쓰일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불행하게도 레노의 시도는 아무런 목적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상처를 준다”며 “다문화 공동체의 이해를 가로막는 고정관념으로 말장난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제이 레노는 활동 전 시기에 걸쳐 이 신물 나는 고정관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17년 전에도 모욕적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미주한인위원회(CKA)도 비판 의견서를 내고 레노를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CKA는 “레노의 농담은 모욕적이며 아시아계 미국인이 수상쩍고 혐오스러운 관습을 따르는 미개한 외국인이라는 허위 인식을 유포한다”고 비판했다.
레노는 현재 NBC 계열인 CNBC 채널의 ‘제이 레노의 차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레노가 방송에서 ‘개고기’로 한국을 겨냥한 인종 차별성 농담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김동성이 실격했을 당시 레노는 NBC 방송의 ‘투나잇쇼’에서 “김동성이 너무 화가 나서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차고는 잡아먹어 버렸다”고 말했다.
강태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