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세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입력 2019-12-19 09:14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경제평론가
‘무겁더라도 카시트는 꼭 가지고 와’
미국에 아이와 함께 가려는 내게 현지의 지인이 한 말이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지 않으면, 운전자는 바로 구금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미국은 적어도 아이들 같은 약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철저했다. 절대로 스쿨버스를 추월할 수 없으며, 교차로 필수 정지, 스쿨존은 24시간 서행 및 수시정지, 경적금지에 경찰이 늘 차량을 통제, 지휘한다. 며칠간의 경험이 저 정도 이니, 아마 더 많은 보호규칙이 있을 것이다.

‘민식이 법’이 민식이 부모님의 피눈물과 함께 겨우 통과가 되었다. 민식이의 사연을 들은 다수의 시민들, 특히 가족 중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이 내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번 법률안 통과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에서 몇 분만 천천히 주행하고, 잠깐 멈추어 주위를 잘 살펴보라는 것이 과도하다는 것인가? 누구나 운전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는 자동차 전용도로 에서도 방어운전 등을 통해 조심히 운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수시로 다니는 도로에서 저 수준의 주의를 살피는 것이 불편하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안타깝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교통사고는 연 450여건 발생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동안 우리는 효율성과 경제성장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었는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된 아직도 인간존중, 생명존중, 약자보호 보다 경제, 성장, 효율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의식과 사회의 성장은 함께 이루지 못했는지 답답할 뿐이다.

약자들과 생명에 대한 배려와 보호는, 이 사회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자, 이 사회를 존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다. 사회의 존속 없이 성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 어떤 경제적 이익이나, 사회적 효용성 보다 생명, 특히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생명보다 앞서는 것이 있을까? 단언하건데 없다.
이번 민식이법 통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위상과 규모에 걸 맞는 의식의 전환, 사회질서의 체질 변화가 더욱 가속되길 기대한다.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