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를 만나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만들어 온 스웨덴의 지혜가 함께 한다면 한반도는 어려운 고비를 넘어 끝내 항구적 평화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뢰벤 총리를 초청해 공식만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뢰벤 총리와 1시간 가량 정상회담을 가졌다. 뢰벤 총리는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18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그와 함께 스웨덴의 글로벌 기업 관계자 100여 명도 함께 방한했다. 역대 최대 사절단 규모다. 스웨덴 정부는 앞서 외교부 내 한반도 담당 특사를 임명하고, 지난 1월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북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가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는 등 평화 프로세스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스웨덴과 한국의 오랜 협력 관계를 짚었다. 그는 “스웨덴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든든한 동반자가 돼준 것에 특별히 감사한다”며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고 그중에서도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모임 ‘한서협회’를 중심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속 스웨덴인’의 상영을 특별히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스웨덴이 한국전쟁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감동적 사연을 담은 이 영화는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을 되새겨 줬고 인도주의 정신의 위대한 이야기로 양국의 후손들에게 소중하게 전해질 것”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가 평등하며 행복한 국가로 가는 스웨덴은 같은 목표를 가진 우리에게 많은 모범과 영감을 주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며 포용이 혁신으로 가는 기반이라는 것을 이미 증명했고, 성숙한 성 평등 문화가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공정과 자유, 평등을 바탕으로 누구도 뒤에 남겨 두지 않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해 더욱 폭넓게 협력하기로 했다. ICT, 스타트업, 과학기술 협력은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성평등, 복지 협력은 포용성장을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뢰벤 총리는 답사에서 “한-스웨덴이 수교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에서 환갑은 대단히 중요한 시간을 의미한다고 배웠다”며 “만찬에 함께한 사상 최대의 경제사절단만 봐도 양국의 협력 잠재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선도 시인의 시조를 거론하며 “좋은 술은 어떻게 만드는가, 재치가 합쳐져서 빚어진다. 좋은 국물은 어떻게 만드는가, 조미료가 합쳐져서 만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면 새로운 도전의 공간이 만들어진다”며 “남북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스칸디나비아까지 육로가 열린다. 한반도를 거점으로 북극항로가 연결되어 태평양과 북극해로 친환경 선박들이 활발하게 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착공식만 한 뒤 중단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