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황태자가 해냈다! 황인범, 한일전 결승골

입력 2019-12-18 21:34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오른쪽)이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일본과 가진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전반 27분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밴쿠버)이 해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9년을 완주하는 최종전이고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 결정전이며 숙적과의 ‘외나무다리 승부’인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E-1 챔피언십 3연패를 달성하고 동아시아 패권을 지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일본과 가진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전반 27분 미드필더 황인범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이 대회 3회 연속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이다. 전날 일본에 0대 1로 져 우승을 내준 여자부의 좌절을 그대로 갚아줬다.

한국은 일본과 통산 전적에서 79전 42승 23무 14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기분 좋은 2연승도 챙겼다. 가장 최근 승리는 2017년 12월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4대 1로 대승한 지난 대회 3차전이었다.

2년 전과 이날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 생산 필수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시작된 양국의 갈등 국면에서 성사된 이번 한일전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경기에만 2만9252명의 관중이 몰렸다. 앞서 치러진 11경기 관중 총합 2만1122명보다 많았다.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서 벤투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원톱 이정협(부산)에 김인성(울산), 나상호(도쿄)를 측면으로 배치한 삼각편대였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손준호(전북), 주세종(서울)과 함께 공격을 지원했다. 득점 없이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던 전반 27분, 일본 페널티박스 외곽 왼쪽에서 때린 왼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열었다. 지난 11일 홍콩과 1차전에서 전반 45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던 ‘해결사’도 황인범이었다. 그동안 벤투호에 꾸준히 승선했지만, 유럽파 틈에서 경기력 논란에 휘말려 쌓아온 마음고생을 이번 대회에서 씻어냈다. 벤투 감독의 믿음에도 부응했다.

일본은 후반전 시작부터 35분 사이에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지만 분위기를 반전하지 못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해 득점을 노려야 할 쪽은 일본이었지만, 기세를 탄 한국은 좀처럼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무실점 방어로 승리를 지켰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다른 3차전에서 중국은 수비수 지시앙의 전반 12분 헤딩 선제골과 후반 26분 미드필더 장시저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홍콩을 2대 0으로 이겼다. 중국은 뒤늦은 1승(2패)을 챙기고 3위로, 홍콩은 3전 전패를 기록한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6월 홍콩에서 반중(反中) 시위가 시작되고 이날 처음으로 성사된 두 팀의 A매치에서 우려됐던 관중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홍콩 관중은 식전행사로 진행된 국가 연주 때 중국의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야유를 터뜨렸고, 경기 내내 ‘위 아 홍콩(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이다)’을 외치며 응원했다.

부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