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현장 체모 보관된 국가기록원 압수수색 기각

입력 2019-12-18 20:32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을 밝힐 결정적 증거인 체모 2점을 보관하고 있는 국가기록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

수원지법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전날 국가기록원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고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인 점 등이 고려된 판단으로 보인다.

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2017~2018년경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기록물 가운데 이춘재 8차 사건 기록물이 포함된 사실을 12일 확인했다.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임시 서고에 보관 중인 당시 기안용지 8매 가운데 1매에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음모) 2개가 남아있었다. 테이프로 붙여진 상태로 30년 넘게 보관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총 10점의 체모가 채취됐는데 이 중 6점은 혈액형 분석에 쓰였고, 2점은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에 각각 쓰여 2점만 남아 있었다. 사건 현장 체모 2점이 이렇게 보관돼 있을 것이라고는 수사본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본부는 “사건 발생 이듬해인 1989년 1월 30일 국과수 법의학 2과가 보관 중이던 현장 체모가 이화학 3과(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관련 부서)로 인계됐다”며 “이를 다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분석의뢰 했다는 내용의 서류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체모 2점이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현행 국가기록물 관련 법률에는 기록원으로 이관된 기록물은 다시 외부로 반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고 공소시효가 지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진범을 밝히기 위해선 재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의해 증거물도 채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가기록원에 협조를 요청했지만,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한번 이관받은 문서에 대해서는 반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검찰과 협의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기각됐다. 이춘재 사건 재수사와 관련, 경찰의 첫 강제수사 시도였다. 경찰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지만 재심이 개시될 경우 재심 재판부가 감정 명령 등의 절차를 밟아 DNA 감정 등 진상 규명 작업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