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인 ‘1+1+α안’(문희상 안)을 18일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희상 안에는 일본의 사과가 빠져있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위자료 지급 시 일본을 대상으로 재판청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등 시민단체는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제48차 수요시위를 열고 문희상 안을 규탄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서도 문희상 안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문희상 안은 한국 및 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1+1+α)으로부터 성금을 모아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세우고, 이 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내용이다. 문 의장은 이 법안을 제안하며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법안이 발의돼야 양국 정상이 관계회복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일본의 사과가 빠져있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희생물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일본으로부터 그 어떤 사죄도 없이 가해 기업들의 법적 배상금을 면제해주고, 그것마저도 선택적으로 기부금을 받자는 것, 피해자들과는 아무런 합의도 없이 ‘일정한 시한 내에 일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문희상 안”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법안에는 기부금을 모집할 때 기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외강제동원 피해자가 위자료를 지급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청구권 또는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위자료 지급 시 피해자가 원고인 손해배상청구 사건 등이 법원에서 진행 중일 경우 재단은 소 취하를 조건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단체는 “특정 시기의 중요성을 명분 삼아 급박한 시한을 정하고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하겠다는 모양새가 2015 한·일 합의 때와 너무나 똑같다”며 “정부와 문희상 국회의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권이 전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했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51개 시민단체는 국회의원들에게 문희상 안에 항의하는 팩스를 보내는 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항의서에서 “피해자는 외면하고 일본에는 영원한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며 “박근혜 위안부 합의보다 더 나쁜 문희상 안은 절대 안 된다”며 “찬성하면 불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리서치가 11~1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희상 안에 대한 찬성 여론은 53.5%로 반대한다는 응답(42.1%)보다 11.4%포인트 앞섰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