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사학의 ‘족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과 인사·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사립 초·중·고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 목적을 구현하려는 곳”이라며 “특정 사례를 근거로 사학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규정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법인 이사 선임 관련 사항은 법인이 갖는 자주성·자율성의 본질적 요소”라며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이므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립대학 측은 이날 교육부 발표 내용에 대해 “일부 비리·부실 대학을 제외하면 이미 대부분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항들”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 입장에서는 개방이사 비율을 늘리거나 총장 선출 방식을 강제할지가 관심사였다”며 “민감한 사안이 모두 빠졌으니 다행이라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개혁성향 교수·교직원 및 시민단체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임원 취임 취소 처분을 강화하는 등 범죄자가 사학 임원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지는 읽힌다”면서도 “교육부 스스로 고심한 혁신 방안은 찾아보기가 힘들며 법 개정 의지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학의 가장 큰 문제는 전근대적인 지배 구조에 있다”며 “대학평의원회·교수협의회 등 법인을 견제할 기구가 합리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화하고, 사학 임원의 친인척 비율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는 “사학 개혁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관리 감독 강화와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고, 향후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사학 혁신 추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우선 교육부는 학교법인 임원 간에 친족 관계가 있으면 모두 공시하고, 설립자·임원과 친족 관계인 교직원이 몇 명인지도 공시하기로 했다.
또 설립자나 그의 친족은 개방이사를 할 수 없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비리 임원 결격 사유도 강화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임원의 당연 퇴임 조항도 신설한다. 아울러 ‘1000만원 이상 배임·횡령’ 수준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임원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도록 그 기준을 구체화해 법제화하기로 했다.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도 현행 ‘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사립대들이 쌓아놓기만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적립금 문제도 손본다. 적립금 교육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에 교직원·학생 참여를 의무화하고, 적립금 사용계획 공개를 추진한다. 사립대 외부 회계 감사인은 그간 법인이 자체 지정해 ‘셀프 감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회계 부정이 발생하면 교육부가 지정하기로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