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승인 표결을 18일(현지시간) 진행한다.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사실상 상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라며 6쪽짜리 서한을 보내 분노했지만,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토할 것 같다”며 맹비난으로 되갚았다.
펠로시 의장은 17일 “내일 하원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2개의 탄핵 소추안을 승인하는 투표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냈다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이 사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의회를 방해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미국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국내외 모든 적들로부터 우리 헌법을 지키기로 한 맹세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AP는 이번 탄핵소추안 승인 표결이 ‘역사적 투표’라고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펠로시 의장 앞으로 보낸 6쪽 분량의 서한에서 탄핵 시도를 “불법적이고 다파적인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다고 CNN, 더힐 등이 전했다. 서한은 표결에 앞서 탄핵 토론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하원운영위 회의에서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향해 “미국 민주주의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며 아주 추악한 단어, 탄핵의 중요성을 값싸게 만들었다”며 “불법적이고 당파적인 쿠데타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당신(펠로시 의장)은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민주주의를 전복했으며 사법방해를 했다”며 “미국인들은 2020년 대선에서 당신과 민주당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권한 남용’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상상력에 근거한 날조”라며 “그러한 기준이라면 모든 미국의 대통령이 몇 번이고 탄핵 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는 “어떠한 범죄, 그릇된 행위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탄핵 책임을 느끼냐’는 물음에 “0만큼도 느끼지 않는다”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전체를 보진 못했지만 핵심은 봤다”며 “정말로 토할 것 같다(it's really sick)”라고 맞대응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상원은 탄핵심판을 한다. 상원의 탄핵심판은 내년 1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론하는 절차를 거친다. 존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이 이를 주재한다. 대법원장은 각종 증거들과 기타 문제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있지만 상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기각된다.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인 소환을 요청하면 표결을 통해 인용 혹은 기각을 결정한다. 증인 신청과 관련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정국을 촉발시킨 ‘내부고발자’를 증인으로 소환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민주당은 신원보호를 위해 막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67명) 이상이 유죄 판단을 내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면된다. 하지만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다. 일부 반란표 가능성이 있지만 탄핵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