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과 시민단체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경찰에 재고소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706개 시민단체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재고소한다”고 전했다. 공동고발에 참여한 곳은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7개다. 이 단체는 2013·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을 수사해 불기소 처분한 담당 검사들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13년 검찰은 200차례 이상의 범죄피해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 없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피해자에게는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며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뼈아픈 성찰과 책임자 처벌 없이 검찰개혁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수년에 걸친 성폭력 사건 중 극히 일부만, 특히 김학의에 대해서는 뇌물죄로만 면피용 기소를 하는 데 그쳤다”며 “법원도 1심 선고에서 윤중천에게 면소 및 공소기각, 김 전 차관에게 공소시효 완료로 인한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 판단을 유보하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김학의와 윤중천을 성폭력 범죄로 고소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믿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대독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그는 “나에게 죽으라고 하는 판결로 들렸다. 공황장애로 숨을 제대로 못 쉬어 몇 번을 쓰러지기도 했다”며 “난 그저 김학의와 윤중천의 시간 끌기로 무너져야 했다. 죄가 있어도 공소시효 때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을 대리하는 최현정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윤중천과 김학의로부터 수백 건의 성폭력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 시기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해당 진술을 무시하고 성폭력이 아닌 뇌물죄로 김학의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찬진 변호사도 “근본적 문제는 2013년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경찰이 진행한 1차 수사 이후 검찰은 조사된 부분을 뒤집어 기소를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막기 위한 조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어떤 권력 작용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공수처가 통과되면 이 사건을 1호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로 이동해 김 전 차관과 윤중천, 검찰 관계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