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홍콩 지지 현수막’ 뗀 중국인들 검찰 송치

입력 2019-12-18 17:04
지난달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현수막.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 제공

연세대 캠퍼스에 설치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현수막을 무단으로 훼손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8명을 최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 국적이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중국과 홍콩이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인 데다 한국의 수사기관이 중국인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는 일이 자칫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지난 10월 24일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 모임(연세대 모임)’이 교내에 설치한 현수막 4개가 무단 철거되면서 시작됐다. 현수막에는 ‘Liberat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Free Hong Kong, revolution of our times(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연세대 모임이 설치한 현수막은 지난달에도 두 차례나 훼손됐다.

결국 연세대 모임 측은 지난달 12일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녀 2명이 현수막을 무단으로 떼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뒤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세대 모임 소속 A씨는 이들이 현수막을 훼손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증거로 제출했다.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가 있다고 보고 피의자들의 범죄 사실 유무와 증거 등을 확보하는 데 수사를 주력해왔다.

연세대에 설치된 현수막이 무단 철거된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홍콩 시위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심화됐다. 서울대와 고려대, 한양대, 명지대 등 10여곳에서 현수막과 대자보, 레넌벽 등이 잇따라 훼손됐다. 한국과 중국 유학생들이 서로 대치하거나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명지대 소속 한·중 유학생 2명이 학내 대자보 문제를 두고 몸싸움을 벌인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른 대학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곧 신병처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