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대로변에서 10대 소녀가 한밤중에 괴한에 납치돼 미국인들이 충격에 빠졌으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소녀는 어머니의 과잉보호를 견디지 못해 가짜 납치 소동을 벌였다고 경찰에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소녀가 온두라스로 이주하려는 가족을 따라가지 않고 미국에 남으려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캐롤 산체스(16)는 지난 16일 오후 11시30분쯤 어머니와 함께 뉴욕 브롱크스의 대로변을 걷던 중 괴한에 납치됐다. 복면을 쓴 남성 4명이 탄 승용차가 이들 옆에 멈춰서더니 2명이 내려 캐롤을 낚아채 차에 태우고 달아났다. 어머니는 괴한들에게 달려들었지만 금세 제압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납치 장면은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비교적 선명하게 찍혔다. 뉴욕 경찰은 범행에 사용됐던 차량을 베이지색 세단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캐롤의 사진과 CCTV에 포착된 범행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범인을 공개 수배했다. 범행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2500달러(약 300만원)의 현상금을 약속했다.
다행히 캐롤은 납치 하루 만에 무사히 돌아왔다. 캐롤은 이튿날 오후 2시30분쯤 피랍 장소 인근의 한 공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캐롤을 알아본 시민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뉴욕 경찰은 트위터에 “캐롤 산체스가 상처 없이 발견됐다”며 “모든 경찰관과 제보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정정 공지문을 올렸다. 경찰은 캐롤을 가족에게 인도해 귀가토록 했다.
하지만 캐롤이 발견된 직후 자작극 의혹이 불거졌다. 캐롤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납치 사건을 꾸며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롤은 “어머니가 과잉보호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 경찰관이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온두라스계인 산체스 가족은 미국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캐롤이 미국에 남고 싶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가족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납치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자작극으로 판명될 경우 캐롤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뉴욕에서는 한 여대생이 맨해튼 시내를 걷다가 괴한 3명의 습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뒤이어 캐롤 납치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