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국에 대북제재 단일 대오 유지 촉구 전망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20일 이틀 동안 중국을 전격 방문한다.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겸하는 비건 대표는 지난 15∼17일 방한 기간 중 북한에 대화 시그널을 보냈으나 북한이 침묵하면서 북·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중국에서도 북·미 회동에 대한 북한 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비건 대표가 중국을 방문, 중국 당국자들과 북한에 대한 국제적 단결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비건 대표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에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비건 대표가 북·미 접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에서 북한을 향해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면서 북한에 만남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건 대표의 제안에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북한 주변을 맴도는 것은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증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17∼19일 일본을 방문한 동안에도 북한 측의 답변을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한·중·일을 돌면서 북한의 대답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비건 대표의 중국 방문은 북한의 연락을 기다리기 위한 시간벌기 목적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또 중국에 북·미 접촉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건 대표가 중국을 가는 다른 이유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비건 대표는 자신의 맞상대인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을 만나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켜 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중에는 중국에 대한 경고 성격도 있다. 비건 대표의 방중 발표 전날인 지난 16일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기습적으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비건 대표는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 전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면서 국제 사회에 단일 대오를 구축해 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비건 대표의 거듭된 회동 요청을 거부한 뒤 ICBM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