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경제 활력’을 꺼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 이유로 ‘국민 통합’과 ‘민생경제’를 언급한 만큼 경제 살리기라는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은 전직 국회의장이 총리로 발탁된 것을 두고 “대통령의 시다바리(일을 거들어주는 사람)다. 출세를 위해 눈이 뒤집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 후보자는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경제주체들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만으로 14년이 됐다”며 “국회에서 청문회 일정이 잡힐 때까지 정책을 중심으로 충분히 잘 준비해서 청문회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리 인준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므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 후보자는 2006년 2월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에 선 경험이 있어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야당은 “입법부 수장(국회의장) 출신이 어떻게 총리로 가느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 인준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고뇌에도 불구하고 오직 나라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 하반기 어려운 일을 기꺼이 맡아주신 점 감사하다. 총리 인준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국회 알기를 우습게 아니까 지금 이러는 것”이라며 “결국 ‘배알이고 자존심이고 뭐고 없이 출세를 위해서는 눈 뒤집힌 채로 달려가겠다’ 이거 말고는 뭐라고 설명하겠는가. 참 비참하다”고 혹평했다. 앞선 회의에서는 “맹자는 부끄러움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정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YTN 라디오에서 “시다바리라는 말이 있다. 진짜 이것은 경악할 일”이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인데도 행정부의 시녀처럼 국회를 운영하더니, 바로 직전 의장은 아예 대통령의 밑에 들어가 행정부에서 일하겠다는 발상을 보여주는 걸 보고 권력분립 원칙이나 공화정의 원칙, 국회의 공정한 운영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