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홍콩 기자 ‘마카오에 위협’ 입경 불허…경계 ‘초비상’

입력 2019-12-18 16:15 수정 2019-12-18 16:1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카오를 방문하는 18일 한 활동가가 홍콩에서 시 주석과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은 마카오를 방문하면서 마카오 일대에 최고 단계의 경계가 펼쳐져 갖가지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검문·검색이 강화되면서 시 주석의 방문 일정을 취재하려던 홍콩 기자까지 입경이 불허됐다.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페리는 감축 운행됐고, 마카오 시내 경전철 운행도 일시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카오 정부로부터 취재 허가를 받은 필라 슈 SCMP 기자는 전날 페리를 타고 마카오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으나 입경이 거부됐다.

마카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그를 한 사무실로 데려간 뒤 주소, 부모 성명, 취재 목적, 마카오에서 만나는 대상 등을 상세히 조사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슈 기자를 3시간 정도 감금한 후 “마카오의 공공 안전과 질서를 위험하게 하는 활동을 할 강력한 조짐이 있다”며 홍콩으로 돌려보냈다.

SCMP는 “우리 기자가 마카오에 안보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의심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16일에는 홍콩의 뉴스 전문 채널인 나우뉴스 기자가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 마카오에 들어가려다 인공섬 검문소에서 입경이 거부돼 홍콩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를 옹호해온 홍콩 언론에 대해 중국 당국이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과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의 인공섬.

시 주석의 마카오 방문을 앞두고 마카오와 홍콩 페리 터미널, 강주아오 대교 검문소 등에서 는 삼엄한 검문검색이 이뤄졌다.

마카오와 홍콩, 광둥성 주하이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에는 10일부터 대교 중간 인공섬에 검문소가 설치됐다.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는 사람들은 인공섬 검문소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하며 마카오 입경 때도 재차 검문검색을 받는다.

이로 인해 평소 45분가량 걸리던 강주아오 대교 통과 시간이 최근 2시간 정도로 늘어났다.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는 페리는 평소보다 감축 운행되고, 마카오 코타이 지역에서 개통한 경전철은 시 주석 방문 기간에 운항이 중단됐다.

마카오 시민들 사이에서 “유조차의 시내 진입이 금지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유소마다 기름을 미리 채우려는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빈과일보는 마카오 시민들 사이에서 “황제가 납시니 백성들이 괴롭네”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18일 마카오에 도착해 20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대표단을 이끌고 19~20일 마카오를 방문한다.

한편 홍콩 정부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12월 31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축제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인파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올 경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가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매년 홍콩 도심 항만인 빅토리아 하버 인근 바다에 띄워진 여러 척의 바지선에서 쏘아 올려 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는 홍콩을 상징하는 행사가 됐다. 지난해 축제 비용은 1400만 홍콩달러(약 21억 원)에 달했다.

홍콩 관광청은 대신 일부 건물 옥상에서 소규모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10월 1일 국경절 밤 불꽃놀이 축제도 시위를 우려해 취소됐다. 침사추이 지역에서 매년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벌이는 퍼레이드는 내년에 소규모 축제로 대체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