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양반다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몸을 지댄 채 의자에 앉으세요.”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해온 광주 운암동 김영순(50)씨는 최근 손님들에게 제공하던 방석을 치우고 식탁과 의자를 식당에 들였다.
김씨는 “음식을 나르기도 한결 편해졌고 구부리고 일하지 않아서 허리도 덜 아프다”며 “바닥에 앉기 힘든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무척 좋아한다”고 반색했다.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성희씨도 “손님들이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으니까 신발을 벗는 번거로움도 없고 다리가 저리지 않아 많이들 좋아 하신다”고 말했다.
방과 식탁이 혼재된 식당의 경우 수년전부터 손님들이 방에 들어가 앉지 않고 입식 식탁부터 자리를 채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 좌식만 갖춘 식당에는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흔치 않게 됐다.
온돌과 방석으로 상징되는 전통 좌식(坐式)문화가 종적을 감추고 있다. 의자에 앉아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식탁·의자를 마련하는 식당·장례식장이 늘면서 입식(立式))문화가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좌식문화가 입식문화로 바뀌는 것은 양 다리를 교차하는 양반다리를 하거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방바닥을 뚫어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변형 좌식인 ‘호리고타쓰’ 방식은 과거 고급 일식당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 일반식당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상과 의자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이 의자를 선호하는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치마를 입는 여성들에게 바닥에 앉는 좌식방식이 불편한 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도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는 좌식을 꺼리는 탓에 경로당 등에도 입식문화가 파고들고 있다.
소파를 방에 놓거나 식탁과 의자를 이미 들여놓는 경로당이 대부분이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식장과 장례식장 등에 입식 테이블 설치를 지원해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광주 남구와 서구, 동구, 전남 영광, 장성, 곡성, 화순, 신안, 전북 무주 등은 입식 테이블로 교체하는 식당들을 대상으로 설치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광주 남구는 지난 9월 입식 테이블 설치비용 지원을 희망하는 업소를 공개모집해 식탁과 의자 구입비의 50%를 최대 200만원 한도에서 지원했다고 밝혔다.
영업신고 후 6개월 이상으로 영업면적이 50~300㎡이내인 남구와 광주시 지정 맛집 등의 업소를 우선 지원대상으로 삼았다.
전남 영광군도 올들어 5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일반음식점 23개소의 입식테이블 교체비용을 50% 지원했다.
앞서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치른 전북 무주군도 외국 손님 등을 위해 음식점 좌석을 좌식에서 입석으로 바꾸는 데 대한 지원 조례를 만들어 호응을 얻었다.
경북도는 올해 처음으로 관광활성화 역점시책으로 추진한 관광서비스 시설(음식점, 숙박업소, 공용화장실 등) 환경개선 사업을 마친 업체에 인증패를 전달하고 있다.
인증패를 전달받은 곳은 지난 7월 ‘관광서비스 시설환경개선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된 629개 음식점과 숙박업소 중 95% 정도인 600여 곳이다.
도는 연말까지 사업을 마무리하는 나머지 사업체도 추가로 인증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관광서비스 시설환경개선 사업은 경북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시설과 위생적이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다시 찾고 싶은 경북관광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선정된 음식점은 도의 예산지원을 받아 입식테이블, 개방형주방, 화장실과 외국인들을 위한 메뉴판 등 편의시설을 개선하게 된다.
숙박업소는 관광지 등 지역의 정보를 담은 홍보물을 비치할 수 있는 홍보물 거치대, 시설 안내판을 새로 설치한다.
도는 편안하고 친절한 서비스로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경주 보문관광단지, 안동 갈비골목, 영주 숯불구이거리, 영덕 강구대게거리 등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 인근 또는 맛집거리를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도는 향후 지역 내 소문난 맛집 등에도 지원해 도민과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쪼그리고 앉는 대신 의자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식탁·의자를 마련하는 식당·장례식장이 늘고 있다”며 “광주지역의 경우 2013년부터 입식테이블 설치지원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