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자들이 소설을 쓰고 있는지…” 구시대적 언론관 논란

입력 2019-12-18 11:51

한 청와대 관계자가 유재수·김기현 의혹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기자들이 소설을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고 있다.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검찰은 공식적으로 언론에 수사 상황을 전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청와대가 검찰 내부 취재가 아닌 변호사 혹은 수사대상자와 접촉하는 언론의 외각 취재까지 소설로 한꺼번에 폄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흘려주지 않으면 기자들이 검찰 기사를 아예 쓰지 못한다는 구시대적인 언론관에서 비롯된 발언이란 비판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서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두차례에 걸쳐 유재수·김기현 의혹에 대해 언론과 검찰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검찰 수사와 검찰 기사에 대한 뚜렷한 대응 기준이 없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도저히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야겠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만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발 기사가 실제로 (검찰이) 이야기해 준 건지, 아니면 기자들께서 소설 쓰신 건지 저희로서도 알 수가 없다”며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도 저희도 계속 팔로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수석은 지난 16일 청와대의 하명수사와 감찰 무마 의혹 관련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자신의 발언을 검찰이 반박하자 “검찰의 수사가 아닌 언론의 보도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그러면서 “검찰은 수사 결과로 보여 주시고,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 달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사실상 언론을 볼모로 검찰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검찰을 비판하는 대신 언론에 보도된 검찰 수사를 지적하고, 검찰이 이를 반박하면 ‘너희가 흘리지 않았으면 찔릴 게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 기사를 무조건 소설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다. 만약 사실이면 그때는 어떻게 반응하겠느냐”며 “검찰 수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은 내고 싶은데, 동시에 수사 개입 비판은 피하고 싶은 청와대가 괜히 언론에 화풀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