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막나가쇼’에서 시인 김갑수와 작가 이외수의 아내 전영자와의 취재를 통해 졸혼자들의 삶을 조명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문구의 준말로,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7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에서 김구라는 김갑수를 만나 졸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었다. 김갑수는 “사람의 고독은 굉장히 1차원적인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순하게 누군가가 곁에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며 “졸혼을 하면 그 고독을 메울 도리가 없다. 그걸 견뎌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해일처럼 몰려드는 고독감을 내가 버텨낼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며 “졸혼의 양면은 고독과 자유다. 그런데 가끔은 그 고독이나 고립감이 몸살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갑수는 졸혼의 기본조건으로 자기 삶을 뽑았다. 그는 “부부가 자기 삶에 대해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저는 제 처가 자기 분야 때문에 바빠서 저한테 작은 시간도 안 내고, 케어도 안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저 같은 경우도 1년 365일 판 틀고 앉아 있는 것을 팔자구나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포기다. 그렇게 되면 그것도 존중이다. 포기에서 오는 존중”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문제에 관해선 “재산 분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가정이면 그냥 졸혼하지 말고 헤어지라. 그 정도의 결속력도 없다면”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수와 따로 살게 된 지 1년 정도 됐다는 전영자는 졸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 몸이 그렇게 되니까 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졸혼 전까지 이외수의 곁에 붙어 다녔다”면서 “그거 아주 질리겠더라. 조금만 서로 떨어져 있자고 했더니 이외수가 이혼은 안 된다며 졸혼을 먼저 제안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영자는 현재 춘천에 조그만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생활에 대해 그는 “혼자 있어 보니까 외롭긴 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편하다. 엄청 편하면서 엄청 심심하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서 긴 여행은 못 가지만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도 토로했다. 전영자는 “현재 경제력이 없는 상태다. 이외수는 내가 자기를 버리고 갔다고 생각하니까 10원도 안 도와준다. ‘돈 없으면 들어오겠지’라는 마음인 것 같다”며 “지금 생활은 한 달이 지날 때마다 막막할 정도”라고 말했다.
졸혼 생활에 대한 소감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갑수는 “졸혼을 하면 자기 삶을 더 충족되게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자 역시 “나는 3년은 혼자 있어 보고 싶다”며 “44년 동안 휴가 한 번도 못 얻었는데 약간 휴가 온 느낌, 방학 같다”고 말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