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좌완 에이스 김광현(31)이 미국 프로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계약서에 포함된 ‘이 조항’ 덕분에 선발 경쟁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가 맺은 계약에는 ‘protection against being sent to the minors’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마이너리그 강등거부권’이다. 이는 곧 메이저리그 출장 보장권이 될 수 있다.
만약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마이너리그로 보내고 싶다면 김광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이때 팀은 해당 연도 보장 연봉을 지급해야 하니, 선수에게는 불리한 게 없다.
이번 계약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18일(한국시간) “김광현이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강등거부권을 넣었다”며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메이저리그 첫 발을 딛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김광현은 지난달 “메이저리그 출전 기회를 많이 주는 팀과 계약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 조항을 관철하며 본인이 원하던 일종의 ‘보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가장 먼저 치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마이너리그로 바로 강등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A씨는 “마이너리그 강등거부권이 없다면 첫 시범경기부터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며 “이런 압박감은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데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항은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연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경험이 있는 선수 중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은 건 김광현이 처음은 아니다. 류현진은 2013년 마이너리그 강등거부권을 확보하기 위해 LA다저스와 계약 마감 시간 직전까지 도장을 찍지 않았다.
김현수 역시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뒤 시범경기에서 1할 타율에 그쳤지만, 위기를 모면했던 건 이 조항 덕분이었다. 당시 마이너리그 강등거부권을 행사해 개막전 25인 명단에 포함될 수 있었다.
김광현은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등번호 3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었다. 김광현은 구단과 2년 800만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93억4000만원이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는 따로 지급된다.
그는 “무척 기대되고 떨린다”며 “선발투수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번째 목표”라는 소감을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