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17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급격한 인상을 경계하는 내용이 담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이날 2019회계연도보다 200억달러 증가한 7380억달러 규모의 ‘2020회계연도 NDAA’를 표결에 부쳐 찬성 86표, 반대 8표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지난 11일 같은 내용의 NDAA를 찬성 377표, 반대 48표로 처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주 내로 서명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법의 주목적은 미국의 2020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정하는 데 있지만,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았다.
먼저 NDAA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지난해 NDAA에서 2만2000명으로 규정했던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상향해 명문화한 것이다.
법안은 다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맞고 그 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의 안보를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 ▲한국, 일본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과 적절히 협의할 것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감축이 가능하도록 예외 단서도 붙였다.
특히 NDAA는 미 국방장관이 미군 주둔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직·간접 기여 및 부담 분담 기여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토록 하는 조항도 담았다.
의회는 이 조항을 신설하면서 “한국, 일본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공통의 이익과 상호 존중의 기반에서 이전 협상과 일치하는 자세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NDAA는 또 한일 양자 간, 한미일 3자 간 군사정보 공유 협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적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돼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NDAA는 4개 항으로 이뤄진 '북한에 대한 의회의 인식'라는 조항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과 재래식 무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외교와 경제 제재, 믿을 만한 억지력이 필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국전쟁의 최종적 종결을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 수단에 기반한 지속적이고 신뢰할 만한 외교적 과정이 추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협상 정신에 반하는 북한의 계속된 행동은 외교적 해결에 관한 북한의 의지와 약속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북한이 더이상 미국과 동맹에 위협이 아닌 시점이 될 때까지 미국은 방어 및 억지 태세로 북한을 계속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DAA에서 외교적 방식으로 대북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전쟁 종전을 추구하자는 취지의 조항이 삽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민주당 로 카나(캘리포니아) 의원과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브래드 셔먼(캘리포니아) 의원이 공동 발의한 국방수권법 수정안에 담긴 것으로,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된 것이다. 카나 의원은 지난 2월 ‘한국전쟁 공식 종전 결의안’도 발의한 상태다.
이번 NDAA 법안에는 일명 ‘오토 웜비어법’으로 명명된 강력한 대북 제재 조항도 포함됐다. 법안은 북한, 그리고 북한과 관련된 외국인에 대해 새로운 세컨더리(제3자) 은행업무 제재를 강화하고 무역 기반 제재를 확대하는 등 경제 제재를 추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