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투쟁하는데 웃음 나오나”…의원들 군기 잡기 나서

입력 2019-12-17 21:36 수정 2019-12-18 00:1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dak@kmib.co.k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투쟁에 임하는 일부 의원들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본인을 비롯해 당 전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소속 의원들은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이 볼 때 우리가 치열하게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원들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앞 단식 투쟁을 거론한 황 대표는 “지지자들이 내가 단식했을 때 의원들은 어디 있었느냐고 묻는다. 정말 우리가 결기를 가진 것인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의원들이 바빠서 그렇다고 변호를 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당이 국회 본청 안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의원들이 농성장에서 웃고 하는데 진짜 절박함을 가진 것이냐는 지지자들의 지적이 있다”며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언행을 하라”고 했다. 앞서 황 대표는 의원들이 농성장에서 간식을 나눠 먹는 모습을 보고 부적절하니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밖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선거법과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어조도 한층 강경해졌다. 의원총회가 진행되던 중에 한 의원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자, 황 대표는 해당 의원을 지목하며 “절절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잠이 와요”라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또 리더십을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공천관리위원장을 국민에게 추천 받아서 뽑는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메시지”라며 “대표가 정치를 모른다고 뒷말을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앞에서 얘기하라”고 꼬집기도 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는 “150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140석이든 100석이든 무슨 의미가 있나. 이렇게 힘없는 야당 의원 생활을 할 것이냐”며 “과반 의석을 못 넘으면 저부터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작심 발언은 자신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본인이 주도한 규탄 집회가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로 얼룩지면서 당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내부 비판보다는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본인을 향한 비판을 정면돌파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