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국무총리 이낙연, 대권주자 행보에 시동건다

입력 2019-12-17 18:58
‘최장수 국무총리’로 국민의 신망을 얻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선주자 이낙연’으로 돌아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면서 이 총리의 여의도 복귀가 앞당겨졌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 이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인선을 발표하면서 전임자인 이 총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후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총리도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며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 계속 그것만 떠오르네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총리는 전날 당정청 주례 회동 직후 문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지명 발표 계획을 들었다고 했다. 이 총리가 향후 인준 과정을 걱정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총리도 자기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여권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유력 대권주자인 이 총리의 당 복귀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총리 인선이 늦어지면서 이 총리의 복귀 여정도 순탄치 않았다. 유력한 단수 후보로 거론되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진보세력의 반대에 부닥치며 임명이 지연됐다. 김 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총리직 고사의 뜻을 밝히면서 이 총리 유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향후 인사청문회 등 국회 상황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놓아주기로 하면서 대선주자로 나설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이 총리는 기자들에게 “(총리가 그동안 한 일이) 마음에 안 들면 당에서 안 받는다며 꾸중을 하기도 했다”며 당으로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거듭되는 질문에 이 총리는 “후임 총리 임명 과정도 지켜보지 않고, 당의 총선 준비도 듣지 않고 제가 먼저 말하는 건 저답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국회 사정이 워낙 가파르니까 그것이 혹시 후임 총리 임명까지의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워낙 국회가 상상을 뛰어넘는 일도 생기는 곳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가 가장 순탄할 후보로 꼽혀 왔지만, 여야가 워낙 세게 격돌한 상황이라 향후 인준 과정을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총선 출마와 관련된 예측에 대해서도 “호사가들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저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나 청와대는 그런 이야기까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 처리에 막혀 총선체제로 전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에선 그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 후보자 발탁으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이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위해 기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본인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종로 출마 여부는 결국 당의 뜻에 따르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향후 자유한국당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상징성 있는 곳에 나가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출마할 경우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전직 총리 출신 인사들의 빅매치가 성사될 전망이다.

이 총리는 향후 총선에서의 역할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당내 지지 기반 세력을 형성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2년 6개월간 총리로 지내며 국민의 신뢰와 호감도를 쌓아온 만큼 여의도 정치판에서 대선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나래 최승욱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