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같은 거물급은 내년 총선서 험지 가라는데…황교안은?

입력 2019-12-17 17:15 수정 2019-12-17 18:27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12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12.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험지에 출마하라고 권고했다. 과거 당대표나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들이 잇따라 총선 도전 의사를 밝히자 ‘꽃길’은 곤란하다고 못 박은 것이다. 당장 고향인 경남 거창 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영남권 출마가 거론되는 홍준표 전 대표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 본인도 비례대표처럼 안전한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줄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략적 거점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이 의석을 빼앗긴 지역구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서야 이길 가능성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이 의석을 잃은 대다수 지역구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안상수 전 의원 제공


반나절도 안 돼 지도자급 인사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나왔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안상수 전 의원은 영남권이 아닌 경기 의왕·과천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이 지역은 안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곳으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안 전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고향 창원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대구 수성갑 대신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 출마가 거론된다.

반면 홍 전 대표는 험지 출마론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검투사) 노릇만 해왔다”며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할 것이다. 당에 공헌한 바도 없이 양지만 쫓던 사람들이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간 당내에선 황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전국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과 서울 종로와 같은 상징성 있는 험지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돼 있었다. 하지만 지도자급 인사들에게 험지 출마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황 대표도 쉬운 길을 가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 수도권 의원은 “전·현직 누구도 예외 없어야 한다”며 “(험지 출마가) 당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