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공 경영 악화로 비행기 7대 ‘압류’…시위 여파 직격탄

입력 2019-12-17 15:37
홍콩 항공 홈페이지 캡처.

홍콩 시위 장기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이 공항 이용료를 내지 못해 비행기 7대를 압류당했다.

또 홍콩 최대 방송사인 TVB도 시위 여파와 투자 손실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돼 중국의 알라바바 그룹에 인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공항공사는 홍콩항공이 거액의 공항 이용료를 체납함에 따라 이 회사가 보유한 비행기 7대를 압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어 온 홍콩항공은 올해 6월 초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해 경영난이 더욱 심화하자 대규모 감원과 운항 노선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홍콩항공은 주로 아시아, 북미 지역 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운항에 투입하는 비행기는 27대이다.

구조조정으로 장거리 운항 노선을 모두 폐지하기로 하면서 홍콩항공 비행기 7대는 현재 홍콩국제공항에 장기간 방치돼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홍콩항공은 비행기 보관에 따른 공항 이용료를 수개월 동안 체납했다. 체납한 공항 이용료는 최대 1720만 홍콩달러(약 2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항공은 지난달 3500여 명의 임직원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항공은 자금 부족으로 회사 영업허가를 중단 또는 취소 위기에 몰렸으나 대주주인 중국 하이항(海航·HNA) 그룹이 긴급 수혈을 해줘 겨우 영업허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홍콩항공의 대주주인 HNA 그룹 자체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홍콩항공이 회생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또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1967년 설립돼 현재 홍콩에서 5개 채널을 운영하는 TVB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홍콩 최대 방송사인 TVB는 중국 극장 체인인 SMI홀딩스에 투자했다가 SMI의 경영 부실로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시위 등으로 홍콩의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TVB는 시위 사태 때 친 중국 편향 보도 논란이 일면서 포카리스웨트, 피자헛 등 일부 광고주가 광고 계약을 중단하기도 했다. TVB는 전체 인력의 10%인 350명 규모의 감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영난을 틈타 중국 정부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을 동원해 TVB의 경영권을 장악, 홍콩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빈과일보 등이 보도했다.

알리바바 그룹이 2015년 홍콩 최대 영자지인 SCMP의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가 된 후 SCMP의 대중국 비판 논조가 상당히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TVB 경영권 장악 음모의 중심에는 전 상하이 공산당 부서기이자 화인문화산업투자기금(CMC)의 이사장 리루이강이 있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리루이강은 CMC를 동원해 TVB 지분 20%를 실질적으로 확보했고, 알리바바 그룹이 TVB 대주주인 찰스 찬과 왕쉐훙 대만 HTC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면 중국 공산당이 TVB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홍콩 언론 장악을 위해 거대 IT 기업인 텅쉰(텐센트) 그룹을 동원해 홍콩의 주요 일간지인 성도일보와 뉴스 채널인 나우뉴스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