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최소’ 가계금융·복지조사 왜?…가계동향조사선 최악

입력 2019-12-17 15:31
한 장년 구직자. 연합뉴스

지난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역대 최악의 소득분배 지표를 나타냈던 가계동향조사와 정반대다.

정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소득 격차 개선은 정부가 저소득층의 줄어든 근로소득을 공적이전소득 지급으로 메워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 자영업황 부진으로 고소득층의 사업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소득 증가율이 둔화해 소득 격차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통계청은 표본 대표성이 높고, 연간 행정자료 활용이 가능한 이번 조사가 더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전국의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 상·하위 소득 격차가 2011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며 통계 지표상 소득 불평등 정도가 확연히 개선됐다.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은 지난해 6.54배로 2017년보다 0.42배포인트(p)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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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하위 소득 격차가 7년 만에 최저로 좁혀진 것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줄면서 5분위 소득은 역대 최대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장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하위 20%)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999만원으로 7.8%(72만원)나 늘어난 반면,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상위 20%)는 6534만원으로 1.3%(81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난 데는 근로 소득 감소에도 정부 정책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증가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분위 가구소득을 소득 원천별로 구분해 보면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8.0% 줄어든 반면, 공적이전소득(11.4%)과 사적이전소득(17.6%)은 크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참고자료에서 “연금 인상, 장애인 연금 인상,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폐지 등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 등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분배 개선효과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는 지난해 자영업황 악화로 사업소득이 2011년 이후 역대 최대폭으로 줄면서 가구 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

이번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확인된 지난해 소득분배지표 흐름은 분기별로 발표됐던 가계동향조사와는 딴판이다. 지난해 1∼4분기 가계동향조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이상 가구)은 각각 5.95배, 5.23배, 5.52배, 5.47배를 기록하며 각각 수년래 최악의 소득분배 상황을 보였다.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로, 절대 수치는 크지만, 시계열 상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에서 내놓는 소득분배지표 관련 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온 원인으로는 조사 표본의 차이가 꼽힌다.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조사 주기부터 방식, 표본 규모 등이 모두 다르다.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의 경우 918개 조사구 내 8000가구를 표본으로 매달 조사한 뒤 이를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표본 규모가 2만가구로 훨씬 크고, 연 1회만 조사한다.

면접조사로 진행했던 가계동향조사와는 달리 국세청 과세자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료 납부액 자료 등 행정자료를 보완해 정확성을 높인다. 표본의 규모뿐만 아니라 포함 범위도 다르다. 가계동향조사는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삼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농어가 가구도 가계금융복지조사에만 포함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표본 수가 많은 데다가 행정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고소득 자영업자가 비교적 폭넓게 잡힌다. 특히 농어가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영농 자영업자의 소득 변화가 구체적으로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농어가 가구의 약 17%는 소득 5분위에 해당하며 상당수가 자영업자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1인 가구 포함 여부도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독거노인 등 고령층 1인 가구는 공적 이전소득과 일자리 사업의 주요 수혜 대상인데 이들이 포함되게 되면 1분위 소득이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서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어느 한 요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농어가, 1인 가구, 같이 살지 않는 맞벌이 부부 등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잡히면서 차이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