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도 사진도 공개 않는 F-35A 전력화 행사

입력 2019-12-17 15:06 수정 2019-12-17 16:12
공군 “충분히 홍보됐기 때문에 비공개”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1호기도 ‘깜깜이’ 인수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 지적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서울 ADEX 2019)’에서 공개된 F-35A 스텔스 전투기. 연합뉴스

군 당국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전력화 행사가 17일 비공개로 열렸다. 국군의 날 행사 등을 통해 도입 사실이 알려진 데다 F-35A의 보안 문제를 감안해 비공개 행사를 연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F-35A 도입에 반발하는 북한 눈치를 보느라 행사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공군은 이날 오전 청주 공군기지에서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주관으로 F-35A 전력화 행사를 열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군내 행사’로 진행됐다. 전력화 행사에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을 초청하던 관례도 이번에는 예외였다. 외부 참석자는 F-35A 도입 사업을 맡았던 방위사업청 관계자와 F-35A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관계자 등에 불과했다. 언론에 별도의 보도자료나 사진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참모총장 축사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비공개 전력화 행사에 대한 질문에 “F-35A의 경우는 국군의 날 행사와 서울 아덱스 개막식을 통해 충분히 홍보가 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 “(F-35A에는) 다른 전투기들보다 훨씬 더 엄격한 보안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함께 의장 차량에 탑승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군 전력을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쟁 판도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된 F-35A 전력화 행사를 조용히 치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군은 지난 1월 30일 김해기지에서 정 장관과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KC-330 공중급유기 전력화 행사를 열었다. 당시는 공중급유기에 대한 명명식과 표창·감사패 수여, 공군참모총장 기념사와 국방부 장관 축사 등 내용뿐 아니라 급유기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됐다.

보안등급이 높기 때문에 비공개 행사로 진행했다는 공군 측 설명도 군색해 보인다. F-35A는 이미 국내에서 실물과 비행장면이 공개됐으며 보안 규정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 기념행사를 여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앞서 F-35A는 지난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공개됐다. 또 같은 달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서울 ADEX 2019)’에서도 공개된 바 있다.

일본은 2018년 2월 24일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F-35A 1호기 도입 기념행사를 열어 홍보했다. 당시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이 행사에 참석해 “F-35A 배치는 주변국들이 전투기를 포함한 공군력을 신속하게 현대화하고 보강해 왔기 때문에 일본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에만 예외적으로 F-35A 관련 행사를 공개할 수 있는 보안등급을 적용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이 2018년 2월 24일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 당시 방위상(앞줄 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F-35A 1호기 도입 행사를 열고 있는 장면. 일본 방위성

군 당국이 F-35A 도입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을 의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은 한국의 F-35A 도입을 북침용이라고 주장하며 비난해 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5일 F-35A가 한국에 도착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무모한 행위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이 우리에 대한 선제공격 야망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8월 16일 담화를 통해 “농약이나 뿌리고 교예(곡예)비행이나 하는 데 쓰자고 사들였다고 변명할 셈인가”라며 한국의 F-35A 전력화 사업을 맹비난했다.

군 일각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전력화 행사를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자체적으로 비공개 행사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군 당국은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 국군의 날 행사에서 F-35A를 비롯한 국군 전력을 사열했는데 또 다시 대대적으로 전력화 행사를 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0월 1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연합뉴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전력화 행사는 이미 수개월 전 개최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늦줘졌다는 의혹도 불거졌었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10월 1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전력화 행사가 굉장히 모호하게 정의돼 있다”며 “전력화라는 것은 최소한의 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군 당국은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1호기 도입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찰·감시 자산을 일일이 공개적으로 도입하지 않는다는 게 공군 측 입장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