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게
왜 자꾸 뒤로 걷느냐 묻는다면
나는
더 이상 앞으로 걷기가 힘들어서야.
말하지 않고
이렇게 거꾸로 걸으니 편하다 말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대 내게
뭐가 보이더냐
두고 온 무언가가 보이더냐
뭐가 달라지더냐 안달이 난 듯 묻는다면
나는 그대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그대의 얼굴을 보니 좋다고, 그래서 안도한다고.
거기 그렇게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럼 그대 내게 다시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묻는다면
내가 가진 슬픔이 당신에게로 옮길까 두려웠어.
말하지 않고
사느라, 남들과 다를 용기가 부족했노라 말합겁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울 용기를 내어
당신의 품에 안기겠고
찬 밤도 찬 달도, 와 닿는 당신의 볼도
이렇게나 무척 따스하다 말하겠습니다.
김만희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