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모방자살’ 위험 가장 높아…50대 남성도 큰 영향

입력 2019-12-17 11:42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20대 여성이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에 따른 ‘모방 자살’ 위험에 가장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울산의대 황정은 교수 공동 연구팀은 1993∼2013년 발생한 10건의 유명인 자살 사건이 모방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성·연령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모방 자살은 유명인 또는 자신이 선망하던 사람이 자살했을 때 극도의 우울감을 느껴 그 인물을 따라 자살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20년간 언론에서 가장 많이 보도된 유명인의 자살 사건을 성별로 5건씩 추린 뒤, 같은 기간 발생한 10~69세 일반인의 자살 사건을 추적했다. 이후 성·연령별 소집단별로 나눠 모방 자살 강도와 모방 자살 사망률을 분석했다. 모발 자살 강도는 평균적으로 예상되는 자살 건수 대비 실제 모방 자살 건수를, 모방 자살 사망률은 10만 명당 실제 모방 자살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분석 결과 가장 고위험군은 20대 여성이었다. 모방 자살 강도는 2.31배로 가장 높았으며, 모방 자살 사망률 역시 22.7명이 증가해 모방 자살 위험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30대 여성 역시 모방 자살 강도가 1.94배로, 전체 연령대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유명인 자살 소식에 민감할 것으로 예상됐던 10대는 오히려 성인보다 모방 자살에 민감하지 않았다.

주목되는 건 50대 남성의 경우 모방 자살 강도가 1.29배로 다른 집단보다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모방 자살 사망률은 20대 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20.5명에 달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50대 남성이 유명인 자살 소식에 무덤덤한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자살률을 낮추려면 사전에 예방적 차원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러 집단 간 모방 자살 취약성을 비교한 만큼 맞춤형 자살 예방 전략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