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자신이 선망하던 사람이 자살했을 때 그 인물을 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모방 자살 위험도는 20대 여성이 가장 민감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거의 상관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50대 남성도 의외로 크게 영향받는 걸로 나타났다.
베르테르 효과가 성이나 연령별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맞춤형 자살 예방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울산의대 황정은 교수팀은 1993년부터 20년간 대표적인 10건의 유명인 자살 사례가 모방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성, 연령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1993~2013년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보도된 여성 유명인 자살 사례 5건, 남성 5건을 추렸다.
이후 같은 기간 모방 자살 사례를 포함한 국내 만 10~69세의 자살 사례를 성, 연령별 소집단으로 나눠 모방 자살 강도와 모방 자살 사망률을 분석했다.
모방 자살 강도는 연도별 자살 건 수 증가율을 고려해 평균적으로 예상되는 자살 건 수 대비 실제 모방 자살 건수를, 모방 자살 사망률은 10만 명 당 모방 자살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20대 여성의 모방 자살 강도가 평균 약 2.31배, 모방 자살 사망률은 약 22.7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민감했다.
모방 자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던 50대 남성의 경우 모방 자살 강도는 약 1.29배로 다른 집단들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모방 자살 사망률은 20대 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20.5명이 증가해 유명인 자살 소식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방 자살 강도는 20대 여성, 30대 여성, 20대 남성 순으로 높았다. 모방 자살 사망률은 20대 여성, 50대 남성, 60대 남성 순이었다.
20대 여성의 경우 모방 자살 강도와 모방 자살 사망률 모두 높게 나와 모방 자살에 가장 취약함을 보여준다.
특별히 유명인 자살 소식에 민감할 것으로 예상됐던 10대는 오히려 성인에 비해 모방 자살에 민감하지 않았다.
김남국 교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모방 자살을 처음으로 성, 연령별로 정량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을 가려낸 연구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면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적 차원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여러 집단 간 모방 자살 취약성을 비교해 국가적으로 맞춤형 자살 예방 전략을 세우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고 개인 방송,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뉴스의 확산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모방 자살의 위험성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