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빼내 변호사에게 전달한 의사가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조정래 부장판사)은 17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의사 A씨(45)에게 벌금형 400만원의 선고를 내렸다.
A씨는 작년 6월쯤 병원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전자 의무기록인 EMR 프로그램에 접속,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다른 의사들이 시술한 환자 6명의 전자 의무기록을 자신의 변호사에게 전송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내 국립대 병원 소속 의사인 A씨는 병원 노조가 ‘지위를 이용해 간호사 등 직원에게 부당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대자보와 현수막 등을 부착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는 A씨 측이 지위를 이용해 간호사 등 직원들을 괴롭히고 야근을 수시로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노조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자신 이외에 다른 의사들도 야간이나 주말에 시술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노조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해당 전자 의무기록을 변호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사라 하더라도 진료 이외의 목적으로 동의 없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누출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정보가 민사 재판의 증거가 되도록 변호사에게 전달돼 소송 자료로 법원에 제출되고 상대방 당사자도 이를 인지하게 된 만큼 유출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개인정보가 부당한 목적으로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제출된 것이 아닌 점 등을 참작해 벌금 4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