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대한신당(가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자신이 검찰의 로비를 받아 후퇴한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얼치기 개혁론자들이 진짜 개혁의 전도사를 근거 없이 폄훼하다니 어이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천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관한 악의적인 공격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천 의원은 입장문에서 “민주당 일각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인신공격까지 동원해 나를 반개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지난 30여 년간 민변 소속의 변호사로서 국회의원으로서 한결같이 검찰개혁을 연구하고 추진해왔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때는 검찰이 공정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자세로 그 권한을 행사하도록 지휘·감독했으며 사상 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고 한 천 의원은 “수사권과 소추권의 완전한 분리, 공수처의 도입, 검찰과 청와대의 직거래 금지 등 현재 논의되는 검찰 개혁방안의 대부분은 수십 년 전부터 내가 주장해온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지금도 그 입장에 추호의 변함도 없다”고 한 천 의원은 “그런 나를 여권 내 인사들이 매도하고 있는 것은 불순한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혁의 판을 깨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계산된 억지’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천 의원은 “이른바 ‘4+1’회담이라는 비공개 협상에 대안신당을 대표해 직접 참여하고 있다”며 “협상 대표인 나에게 개혁안의 내용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안에 찬성하면 선이고 이의를 제기하면 악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인신공격까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협상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이 당초 검찰개혁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천 의원은 “단지 검찰개혁의 시늉만 했던 것이 아니라면 ‘4+1’을 단순히 방탄용 회담을 위해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당장 내게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내가 검사 사위가 있어 검찰의 로비에 영향을 받은 것인 양 악의적인 인신공격을 해 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한 천 의원은 “검사 사위와 공무원인 내 딸의 인사권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 차라리 그럴듯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악의적이고 정략적인 공격을 멈추고 개혁안의 내용에 관해 공개토론을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 그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동안 아주 개혁적이라고 보여줬던 분들조차 이상한 수정안을 가져온다. 지금 판이 이상해지고 있다. 검찰 로비가 상당히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어준이 “의외로 과거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분이 검찰 쪽 뜻이 많이 반영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들고 왔다)”고 하자 우 의원은 “내가 어느 분이라고 말씀은 안 안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어준은 “천정배 의원 말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우 의원은 대답하지 않은 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3일 유튜브 방송 ‘김용민TV’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됐다. 이날 출연한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해 검찰 측이 굉장히 청구 입법을 했다”며 “국회에 와서 의원들을 만나서 쑤시고 자기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엄격하게 얘기하면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인데 검찰이 직접적으로 막 나섰다”며 “제일 앞장선 의원이 누구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진행자 김용민은 천정배 의원이라고 답하며 “사위가 검사라는 분이죠”라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부인하지 않겠다”며 “많은 분이 굉장히 실망했다. 사람 속은 잘 모를 것 같다”고 답했다. 김용민은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분이고 검찰이 뭐가 문제인지 잘 알 양반인데 검찰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 의원은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으며 판사인 첫째 딸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인 검사와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천 의원은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외교관인 둘째 딸에게 ‘가까운 해외 공관 직원들을 알려주면 내가 가서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