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무겁던 조국, ‘감찰 무마 의혹’엔 입 열어…“비교적 상세히 진술”

입력 2019-12-16 23:19 수정 2019-12-16 23:51
지난 10월 14일 사의를 밝히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이 석연치 않게 중단된 의혹과 관련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서 12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조 전 장관은 적어도 한 차례 더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조 전 장관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 가운데 80분을 조서 열람에 썼다. 검찰은 2017년 이뤄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고, 조 전 장관이 이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할 정황이 있다고 보아 그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서울동부지검 공보관은 “실제 조사시간 8시간 초과 금지 규정에 따라 더는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다음에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며 “조국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다. 구체적 진술 내용은 공개 금지 정보에 해당해 밝힐 수 없고, 추가조사 일정도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이 결정된 과정과 경위, 감찰 중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 청와대 윗선이나 여권 실세 등 외부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조 전 장관의 진술과 대조하는 등 추가 수사를 거쳐 그를 비롯한 주요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 전 장관은 앞서 사모펀드·입시비리 등 의혹과 관련한 서울중앙지검 조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른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은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2017년 8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이 3개월여 만에 돌연 중단된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을 이끌었던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 전 장관은 박형철 전 비서관·백원우 전 비서관과 함께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조사했지만 근거가 약해 감찰을 접기로 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상당 부분 파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부시장을 구속기소하며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2017년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기를 전후해 금융업체 관계자 등 4명에게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 등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가 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