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마비될 정도” 장발장 父子 사연에 후원문의 빗발쳐

입력 2019-12-16 18:15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어 어린 아들과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현대판 장발장’ 부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중구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장발장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에 후원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 가족에 대한 시민 후원이 들어올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는 이들이 물건을 훔친 마트에도 계속됐다. 마트 직원에 따르면 사연이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익명을 요구한 시민들이 A씨(34) 가족을 위한 옷을 전달하거나 생필품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일정 금액을 입금할 테니 생활용품을 마트에서 직접 전달해달라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첫날과 둘째 날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후원을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행정복지센터로 연결해줬다”며 “시민들이 주고 간 생필품들은 직접 A씨 집에 배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0일 오후 4시쯤 A씨는 초등생 아들과 함께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1만원 어치 식료품을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가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설명하고 잘못을 뉘우치자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그들이 훔친 물건이 우유와 사과 6개 등 적은 금액의 식료품인 것을 확인하고 A씨 부자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다.

마트에서 이들의 사정을 들은 한 시민은 국밥집으로 찾아가 A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져 화제를 모았다.

A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다 부정맥, 당뇨,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되면서 6개월 전 일을 그만두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으며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생 이하의 아이 둘과 모친을 포함해 네 식구가 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며 고정수입은 없다고 한다.

부자의 사연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를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소득이 0원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최대 138만4000원이다. 주거급여 임대료 지원은 인천의 경우 최대 31만7000원까지 받을 수 있어 이를 모두 합쳐도 170만원 정도다.

올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579만원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장발장 부자의 사연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부자를 돌려보내기 전 국밥을 사주며 눈물을 흘린 경찰관, 이어진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인천시 중구는 A씨와 면담해 근로 의사를 파악한 뒤 지역 자활센터 등을 연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