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급변하는데”…SKB-티브로드 합병도 ‘최장 심사’ 우려

입력 2019-12-16 17:34

유료방송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이동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가 내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이를 시작으로 방송 통신 융합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방송 시장 상황에 맞춰 조속한 정부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심사를 완료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합병심사는 올해를 넘겨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측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방통위 사전동의, 위원회 소집 등 절차가 있고 연말 휴일이 다수 겹치는 만큼 연내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태광그룹이 보유한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를 합병하기 위해 사업자 간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 정부에 임의적 사전심사를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8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해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로 넘겼다.

지분 인수만 진행한 LG유플러스-CJ헬로 건과 달리, 합병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포함, 총 90일 내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건을 심사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방통위에 사전동의 신청 절차 일정조차 정하지 못해 심사 기간이 ‘역대 최장’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자 합병기일을 4월 1일로 한 달간 연기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정부의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내년도 사업전략 수립 등 합병과 관련한 준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넷플릭스가 국내 업체와 제휴를 통해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르면 내년쯤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등 시장 상황이 변화무쌍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는 한시라도 빨리 사업재편에 나서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심사가 늦어져 사업을 다시 구상해야 하는 처지”라며 “시간이 흐르면 시장이 또 다르게 변해있어 또 다시 사업 계획을 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내년에는 이 외에도 KT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 추진 등 대규모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내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 1년 이상 지났고, 시장 환경도 변화하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KT 회장 선임 작업이 마무리되면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