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선 쭈뼛거리던 남성, 온라인선 쇼핑 본능

입력 2019-12-17 07:00 수정 2019-12-17 10:45
무신사 모델이 20대 남성들을 겨냥해 만든 프로모션 백팩을 메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신사는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10~20대 남성들에게 성공적으로 소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신사 제공

이커머스를 비롯한 온라인쇼핑의 성장이 남성 소비성향도 바꿔놓고 있다. 백화점이나 의류매장 진열대 앞에만 서면 얼어붙던 남성 소비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뷰티’ 제품부터 명품에 이르기까지 큰손으로 떠올랐다. 자기 관리를 위한 소비도 유별난 행동으로 낙인찍혔던 남성 소비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소비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업체 위메프는 2019년 쇼핑 결과 남성 고객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1%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남성 고객 매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여성 고객의 매출 신장률의 6배(7%)에 달하는 수치였다.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많이 판매된 상품 중 2위는 스킨케어 제품이었다. 이어 건강식품, 닭가슴살, 마스크팩 등 자기 관리 제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동안 일부 트렌드에 관심 있는 남성들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관련 제품을 사들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몸치장에 관심 갖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 ‘그루답터’족과 자기 관리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남성들이 생겨난 것은 오래됐지만 그렇지 못한 남성들이 더 많았다.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H&B 스토어에만 들어가도 남성들은 거의 없고 여성들뿐일 때가 많다”며 “화장품은커녕 간단한 스킨케어 제품을 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릭만으로 다종다양한 상품을 즉시 배송해주는 이커머스의 등장은 남성 소비를 변화시켰다. 물건을 구매하기까지 맞닥뜨릴 수 있는 심리적 장벽들을 클릭 한 번으로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연령, 성별 등에 따른 기존 선입견에서 크게 벗어난 구매 이력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 남성 고객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무신사는 총회원 수 550만명(지난 9월 기준) 중 10~20대가 71%를 차지하고 특히 남성 회원 비율은 전체의 54%에 달한다. 여성 소비자가 대다수인 패션 시장에서 무신사처럼 남성 고객 수가 더 많은 경우는 드물다. 무신사는 10~20대들이 선호하는 의류의 스타일링 조언을 하는 등 다양한 패션 정보를 제공해 남성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남성들은 명품 브랜드도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온라인 캐시백 기업 이베이츠 코리아는 지난 7월 쇼핑 트랜드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남성 명품 운동화를 꼽았다. 과거에도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국내에는 내놓지 않은 일부 기능성 모델을 직구형태로 구매하는 일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비싸고 패션 명품 운동화 구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직구 쇼핑몰(매치스패션닷컴)에서 남성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산 아이템은 명품 운동화 발렌시아가의 트랙과 트리플S, 구찌의 라이톤 스니커즈였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