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측 “송병기, 4쪽짜리 첩보문건 직접 작성… 靑서 재정리해 하달”

입력 2019-12-16 17:05 수정 2019-12-16 18:38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인사들에 대한 비위 내용을 4쪽짜리 문건 형태로 전달하고 청와대가 이를 재가공해 경찰청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화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위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송 부시장과 청와대의 해명과는 대치된다.

김 전 시장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부시장의 청와대) 보고 문건은 얼기설기 작성된 메모 형식이 아니라 짜임새 있게 정리된 내용이었다”며 “청와대는 이 문건을 별도로 새로 작성해 경찰청에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송 부시장이 올린 내용의 일부가 제외되고 추가됐다. 올라온 대로 경찰에 던지는 식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사실을 전날 김 전 시장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전달한 보고서는 김 전 시장의 비리 의혹을 정리한 4쪽 짜리 문건 형태였다. 문건에는 울산 지역의 레미콘 선정 의혹, 건설업자 김흥태씨의 김 전 시장 동생 고발, 비서실장 인사승진 관련 금품수수 의혹 등 크게 3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이 작성한 문건은 검찰의 송 부시장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전날에 이어 16일도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하명수사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나. 삼척동자도 아는 것을 자꾸 모른다고 그러면 국민을 무엇으로 아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시장이 현직에 있을 때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으로 시정 자료가 넘어간 내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울산경찰청 관계자들의 컴퓨터 등 수사 자료 확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대검찰청과 울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다른 사건의 압수물을 기존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때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한다. 울산지검은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팀장으로 김 전 시장의 측근 비리를 수사하다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성모 경위 수사를 위해 울산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컴퓨터 등을 확보한 바 있다.

대검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포렌식 자료에 대한 새로운 증거능력 부여를 위한 절차로 파악된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 송 부시장에 대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당시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하명 수사를 진행한 지수대장 A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