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한 재판에서 숨진 의붓아들이 고의적 외력에 의해 사망했을 것이라는 부검의 진술이 나왔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는 16일 오후 2시 고유정에 대한 9차 공판을 열었다. 고유정은 연두색 수의 차림으로 나타나 미동 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전남편 살해 사건 공판 당시 적극적으로 재판에 참여했으나, 이날 재판에서는 단 한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날 재판의 핵심은 의붓아들 홍모(5)군의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었다. 검찰은 고유정이 잠든 홍군의 얼굴을 돌려 바닥을 보게 한 뒤 뒤에서 강하게 압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 당시 5세였던 홍군이 함께 자던 아버지의 다리에 눌려 질식사했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유정 측은 홍군이 갑작스럽게 이유 없이 사망했거나, 미성숙한 신체나이로 다른 것에 눌려 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는 홍군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부검의 2명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 선 부검의 A씨는 이번 사안이 비구폐색성질식사와 압박성 질식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비구폐색성질식사는 코나 입이 막혀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홍군의 왼쪽 어깨 부위에서 발견된 피부 까짐 현상도 그런 과정에서 생겼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경부압박질식사에서 보이는 뚜렷한 내외적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홍군의 가슴 부위에 주로 생겼던 점출혈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누군가 등에 올라타 앉았다고 가정하면 가슴에 점출혈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A씨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