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축구팀 아스널 소속의 메수트 외질 선수가 ‘위구르족 탄압’을 언급했다가 중국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중국 국영 CCTV는 외질 선수가 등장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계를 취소하는 등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스널 소속 독일 국적 선수인 외질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위구르족을 “박해에 저항하는 전사들”이라고 표현하며 침묵하는 무슬림과 중국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중국에서)코란이 불태워지고 모스크가 폐쇄되고, 마드라사(이슬람 학교)가 금지되고 종교학자들이 한명씩 살해당하고 있다”며 “이 모든 일에 무슬림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질 선수는 현재 독일 국적이지만 터키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터키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외질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자 아스널 측은 “외질이 표현한 내용은 전적으로 선수 개인의 의견”이라며 “축구 클럽으로서 아스널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CCTV는 당초 16일 오전 0시 30분부터 중계방송될 예정이었던 아스널과 맨체스터 시티 간의 경기 중계를 취소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중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웹사이트 PPTV에서도 해당 경기 중계방송이 취소됐다.
온라인 스포츠 플랫폼 시나 스포츠는 성명을 통해 “외질의 발언이 중국에 있는 그의 팬들을 당혹시켰다”며 “그가 유명 스포츠맨이란 이유로 국가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중국 축구 협회는 외질 선수의 발언에 “분노하고 실망했다”면서 “그는 중국 팬들에게 상처를 주고,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갈기갈기 찢어진 외질의 유니폼과 가위를 함께 놓고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그를 클럽에서 쫒아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중국 농구협회가 비난성명을 냈고, NBA 경기를 중계하는 CCTV와 텐센트 홀딩스는 로키츠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폰서 업체들도 로키츠와의 잇따라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모리 단장은 “중국 내 로키츠 팬들과 친구들을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고 NBA도 “중국 팬들을 불쾌하게 했다”고 사실상 사과했으나 사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