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1년’ 건보 보장률 1.1%p 상승 그쳐…의원은 오히려 ‘하락’

입력 2019-12-16 15:00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케어’가 시행 1년 만에 건강보험 보장률을 1.1%포인트 올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장률은 대형병원 위주로 개선됐고 접근성이 높은 의원급은 오히려 보장성이 크게 악화했다. 의원급 비급여 진료가 급증하면서 문케어 시행 초기부터 우려됐던 ‘풍선효과’가 입증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6일 ‘2018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를 기록,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법정 본인부담률과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각각 0.6%포인트, 0.5%포인트 하락했다.

보장률 상승은 대형병원이 주도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합한 종합병원 이상의 보장률은 67.1%로 2017년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직장가입자를 기준으로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의 보장률이 63.1%를 기록해 최상위층인 10분위의 보장률(59.5%)을 크게 앞서고 5세 이하 아동과 65세 이상 노인의 보장률이 각각 2.5%포인트, 1.4%포인트 오르는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건보공단은 자평했다.

그러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1차 의료기관의 보장률은 되레 떨어졌다. 지난해 의원급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57.9%로 전년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의원급에서 도수치료나 영양주사와 같은 비급여 진료가 많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의원급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해당 기간 19.6%에서 22.8%로 3.2%포인트 올랐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비급여 진료비(추정)는 15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2016~2017년 비급여 진료비 증가율(6.6%)보다 높은 수치다. 연구원은 “보장성 강화 대책이 없었다면 2018년 비급여 진료비가 18조 원을 넘겼을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 대책이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속도 감소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케어를 시행할 때부터 부작용으로 지적됐던 ‘풍선효과’가 현실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풍선효과란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돼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을 보전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거나 비급여 항목 진료를 이전보다 더 많이 하는 행태를 말한다.

최근 실손보험 업계가 보험료 대폭 인상을 예고한 것도 이 풍선효과 때문이다. 정부는 문케어가 시행되면 민영 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이 크게 줄어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봐 보험료를 내리게 될 것이라 했지만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높아졌다.

4대 중증질환에 한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했던 박근혜정부 때(2013~2014년)의 보장률 상승분(1.2%포인트)보다 낮은 수치가 나오면서 문케어 목표치인 ‘보장률 70%’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보장률 상승 속도로는 70%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비급여 진료를 획기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병원급 이상에서 시행 중인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하고 비급여 진료 시 환자가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